명품대여 전문점 인기

[이허브]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명품 등 의류 대여 시장이 커지고 있다. 5년 전 서울 역삼동에 처음 등장한 명품의류 대여점은 젊은 층 사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현재 이 일대에만 40개가 넘는다. 불황기 백화점 명품 매출액이 급감한 반면, 대여 매장을 늘리는 업체도 있다.

명품 전문 대여점 럭스의 이범규 대표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30%씩 고객수가 늘었다"며 "지난해의 경우 그만큼 늘지는 않았으나 특정 지역 고객들이 꾸준히 찾아 그곳에 대여점을 하나 더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체인지 레이디 방윤정 대표도 "2007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보다 매출액이 6배가량 증가했고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들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대여업은 평소에는 엄두도 못 낼 고가의 옷을 특별한 날, 하루쯤 빌려서 입고 싶은 사람들 심리를 겨냥한 것으로, 특히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호응이 높다. 파티나 클럽 문화의 확산도 의류 대여업이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종의 대리만족으로 비싼 옷을 빌려 입음으로써 직접 구매한 느낌을 즐기는 것"이라며 "대여 아이템은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6개월 간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의류 대여업의 인기는 취업에서 면접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특히 아나운서, 승무원, 모델 등을 지망하는 여성들 사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되, 첫인상을 좌우하는 의상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체인지 레이디에서 만난 아나운서 지망생 김모 (25세·여)씨는 "정장 한 벌에 70~80만원인데 면접 볼 때마다 살 수 없어 빌리는 것을 택했다"며 "내게 어울리는 옷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승무원 면접을 앞둔 정모(25세·여)씨는 "일반 백화점에서는 비슷한 모양의 정장들이 대부분이지만 대여숍에선 색이나 디자인이 다양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대여를 하더라도 실용과 개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많아 '1:1 맞춤형 코디'를 해야 한다. 명품 대여업을 처음 시작한 럭스의 경우 매장 내 7명의 코디네이터가 상주해 있다. 체인지 레이디에서는 컨설팅을 해주는 의상디자인 전공자를 두고 있다.








'체인지 레이디'의 의상대여코너
업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의류 대여기간은 보통 1박 2일로 비용은 처음 빌릴 경우 15만원 안팎이다. 고가의 옷인 만큼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원 가입비 10만원 정도가 포함된 금액이다. 일단 회원으로 가입한 후부터는 5~6만원에 옷을 대여할 수 있다. 비회원은 보증금 10만원 가량을 빌릴 때마다 내야한다. 

대여업체 한 관계자는 "내 옷도 아니고 단 하루 빌려 입는데 비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 이태리에서 직수입해 오는 명품들로 한 벌에 500유로(한화 90만원 정도)를 호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비싸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류대여에서 명품에 대한 신뢰 확보는 필수다. 고객이 원할 땐 품질 보증서나 수입 명세서를 따로 보여준다. 국내 유명 디자이너와 제휴를 맺어 대여점만을 위한 옷을 만들기도 한다. 명품 의류를 정기 구입하다보니 판매업체와도 신뢰가 쌓여 국내 백화점보다 3~4개월 앞서 대여업체에 신상품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대여 사업은 인기다. 이른바 '셰어링(sharing) 경제'라 불리며 소비자들 사이 물건을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사업들이 불황에도 선전하고 있다. 의류뿐 아니라 명품가방 등을 쉽게 빌리고, 대여기간도 다양해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명품대여는 이처럼 소유보다는 한시적 소비로 만족감을 느끼는 새로운 트렌드다. 럭스의 이 대표는 "간혹 옷을 빌린 후 직접 가지고 싶다는 분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옷을 판매하는 순간 그 의상만이 지닌 대여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ydbahng@segye.com